Column | 험난한 산도 두렵지 않아

사람들에게 가파른 산을 보여주고 얼마나 험난할 것 같은지 묻는다. 이때 한 그룹의 사람은 친한 친구와 함께 있었고, 나머지는 혼자였다. 이후 결과를 살펴보니 같은 산도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함께 바라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완만하게 지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옆에 믿음직한 사람이 하나 있다면 험난한 산도 그것만으로 덜 무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실직을 하거나 큰 상실을 겪거나 범죄 피해를 입는 등의 큰 사건 사고를 겪어도 믿고 의지할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취직도 빨리 하고 힘겨운 감정에만 휩쓸리지 않으며 비교적 빨리 원상회복하는 등 친밀한 관계가 삶을 끌고 나가는 정신적 지주가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흥미로운 사실은 친밀한 관계가 마음뿐 아니라 몸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심리학자 셸던 코언Sheldon Cohen은 사람들을 일반적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에 노출시킨 후 어떤 사람이 더 쉽게 감기에 걸리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기존의 건강 상태, 나이, 성별, 스트레스 수준, 생활습관과 상관없이 활발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감기에 덜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친밀한 사회적 관계가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면역력도 더 좋다. 백신을 접종하고 항체율을 관찰했더니 친밀한 관계가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항체 생성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고질적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향을 보인다. 심리학에서 정의하는 외로움은 이따금 찾아오는 쓸쓸한 느낌 같은 것이 아니라 ‘믿고 의지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느낌’,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외로움의 핵심은 정신적으로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의 부재기 때문에 피상적 관계가 아무리 많아도 진정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 얼마든지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시카고 대학교의 심리학자 존 카치오포John Cacioppo의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믿고 의지할 구석이 없어 외로움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는 각종 심혈관 질환이나 치매 등에 걸릴 확률이 높고, 같은 병에 걸려도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예컨대 똑같이 암에 걸려도 주위에 자신을 케어해주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줄 사람이 있는지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 큰 병에 걸렸어도 계속해서 연락하고 애정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면 훨씬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얘기다. 외로운 사람은 생활습관도 별로 좋지 않은 편이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거나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고,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더 많다. 술과 담배에 의존하는 경향도 더 높다. 심지어 손끝이 살짝 베인 것 같은 작은 상처도 외로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회복 속도가 느리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외로움이 담배보다 건강에 수십 배 더 해롭다고 보는 학자들이 있다.외로움이 도를 지나쳐 이 세상에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심한 단절감을 느끼는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소중한 사람의 존재는 삶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노인의 경우 노년에 가족, 친구, 이웃 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삶의 의미’를 더 크게 느끼며 더 장수하는 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친밀한 관계의 부재는 ‘행복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행복 연구에서 내린 가장 큰 결론은 양질의 인간관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매일 하루에도 여러 번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기분 상태가 어떠한지 보고하도록 했을 때, 수많은 활동 중 친한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거나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등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가장 큰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퇴근 후나 쉬는 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며 하는 일들도 특별한 게 아니라 대부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친밀한 관계가 거의 없는 사람은 이런 기쁨을 누릴 기회가 적기에 비교적 덜 행복하기 쉬운 것이다. 한편 ‘행복’ 같은 긍정적 정서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겠지만, 행복 역시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행복한 사람들이 대체로 더 건강하고 더 오래살 뿐 아니라 긍정적 정서는 그 자체로 건강에 큰 유익을 가져다준다.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 대학교의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의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 정서는 스트레스나 부정적 정서가 몸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우개처럼 지우는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나 충격을 받으면 혈압과 심장박동수가 높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 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신체적 반응이 활성화된다. 하지만 이런 신체적 변화는 오래 지속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이어서 가급적 빨리 평온한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좋다. 이때 무엇보다 즐거운 일을 떠올려보는 등 긍정적 정서를 조금이나마 느끼면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더 빨리 평온한 신체 상태를 회복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프레드릭슨은 긍정적 정서를 ‘스트레스 지우개’라고 부른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인 점을 고려하면 행복과 같은 긍정적 정서, 즉 양질의 인간관계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셈이다. 드라마에서 흔히 의사가 매정한 남편에게 부인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리며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셨습니까?”라고 타박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누구든 곁에서 관심을 갖고 보살펴주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병에 걸려도 빨리 치료하러 갈 확률이 높다. “안색이 안 좋은데 괜찮아? 병원 갈래?” 같은 말 한마디가 어떨 때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하다못해 밥 잘 챙겨 먹었느냐고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더 규칙적으로 식사하게 된다. 사회적 동물에게는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는 경험이 곧 자존감과 행복의 원천일 뿐 아니라 건강의 원천이기도 한 것이다. Writer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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